6월 10일, 오픈 직전

6월 10일.

그냥 평소처럼 버그를 하나씩 잡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이상 당장 고칠 게 없다는 걸 눈치챘다. 물론 서비스가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의 급한 버그 목록이 갑자기 비어 있었다.

“어? 없네?” 싶었다.

그리고 그대로 컴퓨터를 닫고 잠들었다. 딱히 극적인 감정은 없었다. 거창한 런칭 세리머니도 없었고, 카운트다운도 없었다. 1년 6개월 정도 붙잡고 있던 프로젝트가 어느 순간 보여줘도 되는 상태에 도달했을 뿐이었다.

6월 11일, 사이트를 공유하다

다음 날, 6월 11일.

아침에 일어나니까 기분이 좀 이상했다. 계속 해야 할 일이 있던 자리에 빈 공간이 생긴 느낌이었다. 그래서 거의 충동적으로, 그동안 미뤄뒀던 서포터즈분들이 만들어주신 콘텐츠를 마저 점검하고, 일부 리뷰를 고치고, 힙합엘이에 사이트를 슬쩍 공유했다.

그게 디깅 뮤직의 첫 공개 순간이었다.

Digging Music Community Promotion

너무 충동적으로 올려서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올리고 나니까 갑자기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좋아할까, 뭔가 터지지는 않을까, 실제로 써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첫 반응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다.

UI가 예쁘다는 얘기도 있었고, 사이트 자체가 유용하다는 말도 들었다. 고맙다는 말까지 받았고,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는 좋아요도 꽤 달렸다.

솔직히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디깅 뮤직은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자주 말하던 기능들을 모아서 만든 사이트였기 때문이다. 가사 해석, 음악 리뷰, 위키식 정보, 한국어로 된 깊은 음악 이야기의 공간.

하지만 중요한 건 사람들이 유용하다고 말하는지가 아니었다.

진짜 중요한 건 실제로 참여하느냐였다.

사람들은 원래 뭔가 필요하다고 말은 잘한다. 하지만 그게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회원가입은 귀찮고, 검색해서 나오지도 않는 사이트의 링크를 저장해뒀다가 다시 들어오는 것도 번거롭다. 그래서 첫 반응은 신중하게 봐야 했다.

말보다 행동이 어렵다.

Digging Music Main Page UI

그래도 첫날 20명 정도가 들어왔다.

큰 숫자는 아니었지만, 서비스가 실제로 공개됐다는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오픈은 버그를 압박으로 바꾼다

그 뒤로는 개발의 연속이었다.

사용자 수가 늘면서 예상하지 못한 버그들이 쏟아졌다. 메시지 기능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고, UI도 아직 다듬어야 할 것이 많았다. 매일매일 고칠 게 생기고, 그걸 처리했다.

차이는 실제 사용자가 있다는 점이었다.

오픈 전에는 버그가 그냥 할 일이었다. 오픈 후에는 버그가 누군가를 막고, 실망시키고, 떠나게 만들 수 있는 문제가 됐다. 그 순간부터 개발의 무게가 달라졌다.

빨리 고쳐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

하필 이때 메일 인증이 막히다

중간에 메일 인증 기능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원인은 단순했다. 기본 설정에서 하루 메일 전송 횟수 제한에 걸린 것이었다.

몇 시간 동안 신규 가입이 막혀 있었다. 그 사이에 떠나버린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SendGrid 같은 외부 서비스를 써서 고치려고 했지만, 세팅이 너무 오래 걸렸다. 결국 이메일 인증 절차를 일시적으로 없애고, 기능 자체를 수정했다. 지금은 인증 절차도 다시 복구된 상태다.

작은 인프라 문제였지만, 오픈 직후에는 크게 느껴졌다. 기본 설정 하나가 신규 가입 흐름 전체를 조용히 막아버릴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실수와 수습

내 실수로 리뷰가 날아가기도 했고, 다른 사람의 리뷰 내용이 바뀌기도 했다.

이건 꽤 아팠다. 내 데이터가 아니라 사용자가 만든 콘텐츠에 영향을 준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체적인 반응은 괜찮았다.

몇몇 사람들은 진심으로 사이트를 재미있게 봐줬고, 리뷰나 가사 해석도 꽤 달렸다. 메일로 협업하고 싶다는 제안도 왔고, 응원도 왔다.

둘째 날에도 20명 정도가 들어왔고, 커뮤니티에서 몇 번 더 언급되기도 했다.

Digging Music Community Feed

진짜 들뜬 마음도 있었다. 동시에 매일 피드백 하나하나에 과하게 반응하게 됐다. 협업 문의도 오고, 잡을 버그도 많았다. 모든 반응이 크게 느껴졌다.

반응이 식었을 때

나흘째부터 반응이 확 식었다.

생각보다 슬프고 힘이 빠졌다.

초반 며칠의 들뜬 분위기 이후, 갑자기 조용해진 사이트를 보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쉬고 정신을 잡으니 다음에 해야 할 일이 보였다.

첫째, 콘텐츠를 채워야 한다.

둘째, 커뮤니티 탭을 개선해야 한다.

셋째, 위키 기능과 서버 구조를 최적화해야 한다. 자동화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었다. 데이터가 너무 빠르게 늘어나면 서버비가 크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트 오픈이 알려준 것

디깅 뮤직을 오픈하면서 느낀 건, 제품 출시는 개발의 끝이 아니라 개발이 현실화되는 순간이라는 점이다.

오픈 전에는 내 체크리스트와 싸우고 있었다. 오픈 후에는 실제 마찰과 싸우게 됐다. 가입 실패, 깨지는 흐름, 부족한 콘텐츠, 애매한 UI, 사용자 피드백, 그리고 사람들이 실제로 반응한다는 사실에서 오는 감정의 흔들림.

첫 공개는 충동적이었고, 완벽하지 않았고, 꽤 스트레스가 컸다. 그래도 그 순간부터 프로젝트는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품은 코드가 끝났을 때 현실이 되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이 들어오고, 클릭하고, 피드백을 남기고, 무언가를 망가뜨리고, 다시 돌아오거나 떠나기로 결정할 때 현실이 된다.

그게 디깅 뮤직의 진짜 오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