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를 이기려는 시도를 접고 남은 질문
지난 글 마지막에서 나는 이미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해 있었다. Claude를 이기는 건 어렵다.
그래서 접었다. Claude를 능가하는 나만의 에이전트를 만들려던 시도 자체를 내려놨다. 붙잡고 있던 LangGraph 오케스트레이션도, 그 위에 올린 직접 만든 챗봇도, 전부.
그러자 질문 하나만 남았다. 모델이 내 것으로 남는 게 아니라면, 대체 뭐가 내 것으로 남지?
답은 지식이었다. 모델은 계속 좋아지고, 몇 달마다 갈아치워진다. 하지만 내가 쌓아온 지식은 어딘가에 계속 살아 있어야 했다.

메모를 남기는 건 어렵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무 데나 저장했다. Markdown 파일, Google Docs, 메모장, Claude 프로젝트.
저장은 쉬웠다. 문제는 다시 꺼내오는 것이었다.
매번 같은 질문. 어디에 저장했더라? 뭐라고 이름 붙였더라? AI도 못 찾고, 나도 못 찾았다.
쌓기만 하고 꺼내 쓸 수 없는 기록은, 사실 기록이 아니었다.

옵시디언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여기서 Obsidian이 처음 등장한다.
끌린 이유는 분명했다. Markdown, Local-First, 그래프 뷰, 제텔카스텐. 전부 내가 이미 원하던 키워드였다.
실제로 며칠 써봤다. 그리고 써보면서 깨달았다 — 내가 원한 건 더 좋은 노트 앱이 아니었다.

내가 원한 건 노트 앱이 아니었다
이게 핵심이다.
Obsidian은 훌륭한 노트 앱이다. 사람이 읽고 쓰기에 최적화돼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한 건 AI가 읽고, AI가 쓰고, AI가 스스로 정리하는 지식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 내가 원하는 대로 계속 바꿀 수 있는 데이터 모델. 노드에 타입을 붙였다 뗐다 하고, 관계를 새로 정의하는 실험은 남의 노트 앱 위에서는 할 수 없다.
(솔직히 Local-First도 결국 포기했다. AI가 어디서든 내 지식에 닿으려면 클라우드가 필요했으니까. 가장 좋아했던 조건을 내려놓으면서까지, 'AI가 다룰 수 있는 구조'가 더 중요했다.)


메모리는 자유로워야 했다
Markdown을 고른 진짜 이유가 이거였다.
JSON처럼 처음부터 스키마를 못 박고 싶지 않았다.
실제 삶과 프로젝트는 내가 미리 설계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지저분했다. 그래서 순서를 뒤집었다. 먼저 자유롭게 기록하고, 구조는 나중에, 정말 필요해질 때 입힌다.
(회사에서 AX 프로젝트를 하면서 같은 걸 몸으로 배웠다. 정형화부터 시작하면, 아무것도 쌓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래프만으로는 부족했다
여기서 다음 편으로 이어지는 실마리.
노트를 연결하자 그래프가 생겼다. 멋있었다.
하지만 노트가 늘어나자 그래프는 미로가 됐다. 그래서 태그를 붙이기 시작했고 — 그 태그가 조금씩 혼자 진화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는, ATLAS의 노드 구조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됐는지 이야기한다.
